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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학

나에게 편지를 써라

핫24시시시 2021. 3. 4.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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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에 뭔가 답답한 것들이 차오를 때면 누군가에게 이 고민에 대해서 털어놓고 싶고 내가 얼마나 기가 막힌 일을 겪었는지에 대해서 지금 말하지 않으면 미쳐버릴 것 같을 때는 이렇게 해보자. 나에게 편지 한 장을 쓰는 것이다. 지금 어떤 감정인지를 아주 디테일하고 정확하게 쓴다. 어떤 것도 빼놓지 말고 자세히 몽땅 쓴다. 다른 사람들이 내게 어떤 잘못을 했는지, 어떻게 상처를 주었는지, 나는 어떤 기분인지를 모두 적어 내려간다. 편지를 다 쓰면 그것을 부치지는 말고 태워버린다. 하지만 당신 안에 있는 답답한 것들을 쏟아내게 한 것만으로 편지는 제 역할을 다 했다. 당신 또한 그렇게 한 다음에는 왠지 마음이 편해진다. 무거운 짐을 내려놓은 기분이다. 이는 당신의 기분뿐만 아니라 대인관계에도 긍정적 역할을 한다. 일단 한번 감정을 쏟아놓고 나면 더 이상 그것을 꼭 누군가에게 말해줘야겠다는 욕구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가끔은 같은 내용을 두 번씩, 어쩔 때는 세 번씩 써야 할 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다음 그것에 대해서는 더 이상 생각하지 않게 되고 그것에 대해 말해야 할 필요도 못 느끼게 된다. 인기 많은 사람이 되고 싶으면 상대를 조롱하거나 비웃거나 비꼬아서는 안 된다. 사실 상대가 좋아할 거라는 가정 아래 우리는 맘껏 농담을 하고 비웃기도 한다. 남편은 사람들 앞에서 아내의 귀여운 실수를 폭로하면서 그것이 자기 식의 애정표현이라 생각한다.

 

또 우리는 내가 얼마나 머리가 좋은 사람인 줄 알아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냉소적으로 말한다. 상대가 냉소 안에 숨어 있는 유머만을 읽어주길 바란다. 하지만 조롱이나 냉소는 그 사람의 자존감을 해치는 무기가 될 수 있다. 그리고 자존감에 위협을 가하는 것은 그것이 아무리 재미있어도 위험하다. 그 안에는 가시가 자라고 있다. 그것은 결국 누군가를 초라하게 만들기 위해 계획된 것이다. 아무리 친한 사이라도 놀림받거나 농담의 대상이 되는 것도 싫어한다는 조사 결과가 있다. 그런데도 우리는 나를 속 좁은 사람으로 여길까 봐 그 친구에게 솔직히 이야기조차 못한다. 드문 경우 아주 정말 친한 사이에서는 농담을 그럭저럭 기분 나쁘지 않게 받아들이지만 그때도 농담의 주제는 자존심을 해치지 않는 사소한 것이어야 하며 오래 지속되지 않아야 한다. 누군가 당신을 오래 알아왔고 당신을 좋아할 때는 당신도 그 농담을 가볍게 넘길 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기에 처음부터 주의하는 것이 낫다. 한 정치가 지망생이 올리버 웬델 홈즈 판사에게 어떻게 하면 선거에서 이겨 공직에 진출할 수 있는지 물었다. 그에게 이런 답신을 보냈다. `진심으로 공감하고 이해하는 태도로 상대방의 말을 듣는 것이야말로 사람들과 두루 좋게 지내고 평생 지속될 우정을 쌓아가는 데 가장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요즘에는 실제로 이 `하얀 마법`을 연습하는 사람이 점점 적어지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하얀 마법이란 바로 잘 경청하는 기술이지요.` 어떻게 보면 우리 모두는 매일 `선거`에 나간다. 만나서 이야기하는 모든 사람들은 끊임없이 우리를 재고 분석하며 평가한다. 그들은 마음속에서 내게 한 표를 던지기도 하고, 한 표를 빼기도 한다. 신용이라는 표를 던지기도 하고 불신이란 표를 던지기도 한다. 같이 사업을 해야겠다고 결심하기도 하고 안 하겠다고 결심하기도 한다. 하지만 생각 이상으로 이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결정적인 요소는 이것이다. `그 사람이 얼마나 내 말을 들어주었나?" 어떤 사람을 만났다. 헤어진 다음에는 왠지 내가 그리던 대로 일이 풀리지 않은 것 같은 예감이 든다. 그 사람이 나를 별로 좋아하지 않을지 모른다는, 내가 원하는 것을 해주지 않을지 모른다는 마음이 슬며시 생기는 것이다. 속으로 이런저런 이유들을 생각해 본다. "내가 무슨 말을 잘못했나? 기분 나쁘게 했나?" 혹은 "내가 무슨 말을 했어야 그 사람 얼굴 표정이 더 밝았을까? 어떻게 말했어야 내 아이디어에 조금 더 적극적으로 반응했을까?" 하지만 놀랍게도 정답은 다른 데 있다. 당신이 무언가를 말했기 때문에 혹은 말하지 않아서 점수를 깎인 것이 아니다. 잘 듣지 않았기 때문에 표를 못 얻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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