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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

오늘날의 소비문화

핫24시시시 2021. 3. 12.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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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모든 사람이 필요한 식량을 마을에서 직접 키워야 한다는 뜻이 아니다. 그렇게 되면 추운 지역에 사는 사람들은 오렌지나 바나나를 먹을 수 없다. 생산자와 소비자 사이의 거리를 가능한 좁히자. 이것이 핵심이다. 단순한 개념처럼 보이겠지만 그 영향은 대단히 광범위하고도 다각적이다. 식량 시스템의 재지역화는 경제적 ·환경지 편익을 넘어서서 공동체 재건에도 기여한다. 참된 인간의 문화를 되살리고, 다양하고 풍족한 삶을 추구하는 과정으로 들어서게 한다.

오늘날의 소비문화는 기후와 지형에 따라, 인간과 자연계 간의 대화에 따라 형성되어온 과거 수천 년의 문화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현재의 문화는 '인공적인' 문화, 즉 광고와 미디어를 통해 사람들을 속이는 문화다. 전에는 볼 수 없었던 새로운 현상으로, 인간과 생태계의 요구가 아닌 기술과 경제의 힘에 의해 결정되는 문화다.
세계화는 어떻게 사람들을 끌어당기는 데 성공했을까? 어떻게 다양하고 전통적인 문화들을 하나의 현대적 도시 소비문화로 통합하는데 성공했을까? 본능적으로 선호하기 때문이라는 것이 지금까지의 믿음이다. 즉 청바지가 집에서 만든 옷보다 좋고, 핵가족이 대가족보다 낫다는 식의. 하지만 전통문화가 붕괴된 가장 결정적 이유는 근대화를 해야 한다는 심리적 압박 때문이다. 나는 지난 30년간 라다크, 즉 '작은 티베트' 사람들과의 교류를 통해 이러한 결론을 얻게 되었다.
라다크는 인도 북쪽 끝에 있는 티베트 고원에 위치한 고지대 지역이다. 외부인이 보기에는 황량하고 살기에 부적합하다. 여름에는 비가 오지 않고 땅이 바싹 마르며, 겨울에는 엄청난 혹한으로 땅이 꽁꽁 얼어붙는다. 지구 상에서 가장 높은 지역 중 하나로 건조하고 춥지만, 라다크 사람들은 이곳에서 지금까지 수천 년 동안 살아왔고 또 번영했다. 척박한 사막에서 그들은 오아시스를 파서 텃밭에 보리와 밀, 사과, 살구, 채소를 심었다. 이 작물들을 키울 물은 돌로 수로를 만들어 옮겨왔다. 석기시대에 지나지 않는 기술을 사용했고 손에 닿는 자원도 빈약했지만, 라다크 사람들은 놀랄 만큼 풍족한 문화를 일구었다. 물질적 욕구를 충족시켰을 뿐 아니라 심리적·정신적으로도 만족했다.
1962년까지 라다크는 근대화로부터 완전 동떨어져 있었다. 그러나 그해 일어난 티베트 분쟁으로 인도 군인들이 그 지역과 다른 지역을 연결하는 도로를 건설했다. 그렇게 새로운 소비 물품과 정부의 관료체계가 들어섰을 뿐 아니라 외부 세계에 첫인상을 남겼다. 그리고 1975년 라다크 지역이 외국 여행객들에게 개방되면서 본격적인 개발에 들어서게 되었다.
라다크에 머물면서 나는 이러한 변화가 라다크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관찰했다. 10년 정도 지나자 자부심은 사라지고 문화적 열등감이 자리를 잡았다. 미디어, 관광, 교육, 경제 집중 등 세계화로 인해 들어온 조류들이 전통문화를 위협했다.
경제는 자급자족과 협동, 교환에 기반을 두고 있었다. 그들은 서구인들이 식량과 의류, 주거지 등 생존에 필요한 것들을 얻기 위해 아주 많은 돈을 지불한다는 사실을 몰랐다. 라다크를 찾는 낯선 관광객들을 보면서 라다크 사람들은 갑자기 자신들이 가난하다고 느꼈다. 오늘날의 글로벌 문화를 그 속에 살고 있던 사람들이 자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성공적인 문화라고 여기게 된 것이다. 이러한 태도는 라다크 사람들의 전통적인 자부심과 극명하게 대조되었다. 1975년, 나는 당시 체왕(Tsewang)이라는 라다크 청년의 안내로 헤미스 슈크파찬(Hemis Shukpachan)이라는 외진 마을을 구경했다. 모든 집이 넓고 예쁘기에 나는 가난한 사람들이 사는 집을 보여달라고 청했다. 그는 잠시 당황하더니 "이곳에는 가난한 사람이 없어요."라고 답했다. 그로부터 8년 뒤 나는 체왕이 다른 여행객들에게 하는 말들을 간접적으로 전해 들었다. "우리 라다크 사람을 도와주셨으면 해요. 우리는 너무 가난해요."
관광사업과 서구의 미디어들은 서구인들이 모두 엄청난 부자라는 환상과 일하지 않는 것이 현대적 생활이라는 미신도심어줬다. 그것은 마치 기술이 우리를 위해 일하고 있다고 여기게 한다. 오늘날의 산업사회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은 농촌과 농업 경제에 종사하는 사람들보다 더 많은 시간을 일한다. 그러나 라다크 사람들에게는 그렇게 비치지 않는다. 그들에게 일이란 논밭에 물 대기, 걷기, 운반 등 육체적인 것이기에 차에 올라타 있거나 컴퓨터의 자판을 치는 것은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것이다.

미디어는 부자와 미인, 용맹한 사람에게 초점을 맞추는데 이들은 아주 활동적이고 매력적인 사람들이다. 요술 같은 도구나 장치도 많다. 그리고 사진 찍는 기계, 시간을 말해주는 기계, 불 피우는 기계, 여기에서 저기로 여행하는 기계, 멀리 떨어진 사람과 대화하는 기계 등도 있다. 이 기계들은 당신을 위해 무엇이든 할 수 있다. 그러니 여행객들이 깔끔하게 보이고 부드럽고 하얀 손을 가지고 있어도 그리 놀랍지 않다. 라다크 젊은이들에게 있어 이런 광경은 매우 유혹적이다. 그야말로 속도, 젊음, 청결, 미(), 패션, 경쟁에 주안점을 둔 압도적으로 흥분되는 도시의 '아메리칸 드림' 이다. '진보' 또한 강세를 보인다. 인간은 자연을 지배하고, 기술적 변화는 어떠한 희생을 치르더라도 받아들인다.
이렇게 다른 문화로부터 온 유토피아적 이미지들로 인해 라다크의 삶은 원시적이고 추하고 비효율적인 것으로 여겨졌다. 현대적 삶이 모욕감을 안겨준 것이다. 라다크 젊은이들은 그들의 문화를 부끄럽게 여겼다. 부모들이 자신들에게 농장에서 일하면서 손에 먼지만 묻히고 돈은 거의 받지 못하는 삶을 강요한다고 생각했다. 여행객들과 영웅에 관한 영화들로 인해 전통적인 라다크 문화가 우스꽝스럽게 여겨지는 것이다.
어디 라다크뿐이겠는가. 개발도상국 역시 서구의 영향력이 갑자기 밀려들면서 특히 젊은이들이 열등감을 느끼게 됐다. 자신들의 문화를 거부하고 새로운 문화를 열정적으로 받아들였다. 선글라스와 워크맨, 청바지 등 근대적 표상을 좇았다. 청바지가 보다 매력적이고 편안해서 가 아니다. 근대적 삶의 표상이기에 그런 것이다. 라다크에서는 근대성에 대한 압박이 공격성의 증가를 초래했다. 어린 소년들은 영화 화면에서 폭력을 본다. 서구의 영화를 보며 현대적이고 싶다면서 차례로 흡연을 시작하고, 빠른 차를 손에 넣고, 교외를 질주하면서 사람들을 향해 총을 쏜다. 라다크 청년들의 이런 변
화를 지켜보는 일은 내게 고통이었다. 물론 그들은 완전히 폭력적이지는 않았지만, 화난 상태였고 불안정했다.
개발도상국의 농촌 지역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수많은 청년들이 현대적 소비문화가 그들 원래의 문화보다 우월하다고 믿는다. 외부 세계를 통해 세상을 바라보고 근대 세계의 물질적인 면만을 보는 것은 더 이상 놀랍지도 않다. 그들은 이면의 사회적, 심리적 차원의 문제, 즉 압박감과 고독·고령화· 환경 파괴·인플레이션·실업 등은 보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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