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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과 2007년 초에 보통의 시민과 미디어, 그리고 몇몇 정치인들의 인식에 중요한 변화가 일어났다. 인간이 지구 온난화를 초래했으며, 이것이 우리 문명사회에 미치는 위협이 점차 확산되고 정치적으로 바로 잡을 필요가 있음을 처음으로 인식하게 된 것이다. 지구온난화는 더 이상 기후학자나 환경론자들만의 관심사가 아니다. 미국의 전 부통령 앨 고어는 오스카 수상작인 <불편한 진실>에서 수백만 사람들에게 지구 온난화를 확인시켜줄 증거를 제시했다. 지구 온난화 문제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고수해왔던 회의론자들도 2007년 북유럽에서 발생한, 기상 역사상 가장 따뜻한 1월을 경험한 후에는 온난화 문제를 다시 고민하게 되었다. 따뜻한 기후로 인해 5월에 피는 꽃들이 1월에 피었던 것이다. 자연이 심하게 교란되었단 뜻이다.
지구 온난화가 중요한 관심사로 떠오르자 시민운동에 떠밀려 마지못해 시작하긴 했어도 점점 더 많은 정치인들이 이산화탄소 배출량 감소 문제를 주요 정치 의제의 하나로 제안하기에 이르렀다. 예를 들어 유럽연합(EU)은 2020년까지 EU 내 재생 에너지를 20퍼센트 향상하고, 같은 기간에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1990년 배출량을 기준으로 20퍼센트 의무적으로 감소시키는 방안을 제안했다. EU의 세계 경쟁력이 약해질 수 있는 위험이 있음에도 말이다.
덴마크에서도 변화가 일어났다. 2001년 덴마크 총리는 재생 에너지에 대한 공적 지원을 전혀 하지 않겠다고(덴마크가 세계적으로 선두에서 있는 풍력 에너지까지 포함해서) 선언했는데, 2007년 초에 이를 완전히 뒤집었다. 덴마크가 EU 내에서 재생 에너지 부문의 선두가 되어야 한다면서. EU를 포함해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할 것 없이 여전히 화석연료에 정부가 보조금을 지원하는 상황에서 정치 지도자들이 '아예 하지 않는 것보다는 늦게라도 시작하는 것이 낫다'라는 통찰력을 발휘해주길 바란다.
앞으로 수십 년 내에 닥칠 큰 재앙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재생 에너지 사용 비율이 늘고 있는 건 바람직할 뿐 아니라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하지만 현재의 목표 수치로는 충분하지 않다. 재생 에너지 사용과 함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더 줄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지구의 온도는 계속 상승할 것이다. 지구 온난화는 우리가 현재 당면해 있는 그 어떤 문제보다 큰 위협이다. 지구 온도가 되돌릴 수 없을 만큼 상승한다면 지구상 인류의 생명이 끝날 수도 있다. 그런데도 아무도 지구 온난화가 단기간에 지구 멸망을 촉발시키리라고 생각지 않고 있다.

지구 온난화 다음으로 우리 생태계에 주요한 위협이 되고 있는 것이 과소비다. 과소비는 지구 온도가 2퍼센트 상승하기 전부터 이미 진행되고 있었다. 지역의 지속 가능성 정도를 측정하는데 유용한 것이 바로 '생태발자국'이다. 생태발자국은 한 지역에 사는 인구가 삶을 영위하는 데 필요한 땅, 즉 에너지와 식량을 얻고 주택과 도로를 만들기 위해 사용하는 자원과 쓰레기를 처리하는 데 필요한 땅의 양을 측정하는 것으로 이 수치가 높을수록 생태계가 많이 훼손되었음을 뜻한다. 생태발자국은 오늘날 널리 사용되고 있는 개념으로, 세계 150개국을 대상으로 하는 '살아 있는 지구 보고 (Living Planet Report)'에서 연 2회 발표되고 있다. 2012년 조사 결과 현재 세계 평균 생태발자국은 1인당 2.7헥타르로 1966년 이래 약 두배 정도 증가했다고 한다. 경제가 성장하고 도시화가 진행될수록, 인구가 증가할수록 이 수치는 계속적으로 올라가게 될 것이다. 현재 인류가 사용하는 자원 소비 규모는 지구 1.5개가 있어야 지속될 수 있으며, 2030년경에는 지구 두 개, 2050년경에는 지구 세 개가 필요하다고 한다. 그런데도 모든 국가의 목표는 여전히 경제성장이다. 인간의 생존 때문에 자연은 그 수용 능력을 넘어서서 훼손당하고 있는데도 말이다. 불행히도 전통 경제학자들에게는 이러한 개념이 정립되어 있지 않다. 따라서 어떠한 해결책도 제시해줄 수 없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도 불확실하다. 분명한 건 수용 능력이 한계에 이르게 되면 모든 생명이 의존하고 있는 생태계가 아주 심각한 결과를 맞이하게 되리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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