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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뿐 아니라 사회· 정치· 문화 시스템이 모두 GDP가 최대한 빨리 성장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마치 우리가 안 고 있는 모든 문제가 GDP를 증가시키면 다 해결되는 것처럼.
- 클리브 해밀턴(호주연구소 소장)

정책 결정자들은 종종 GDP 증가가 정책의 성공 증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들은 GDP가 사회적 행복의 척도로서 대단히 부적절하다는 점을 놓치고 있다. GDP는 단지 시장 활동이나 화폐 유동성을 나타내는 거시적 측정치일 뿐이다. 바람직하거나 바람직하지 않음을 가늠하거나, 비용과 편익을 가르는 척도가 아니다. 암이나 교통사고, 석유 유출 등으로 인한 지출 증가도 GDP를 증가시킨다. 하지만 합리적인 사람이라면 이를 행복(well-being)이라고 하기보다는 사회가 건강하지 못한 것으로 판단할 것이다.
더욱이 GDP는 가족과 공동체, 환경의 기능은 배제하고 화폐적 거래를 포함하는 경제적 활동만 고려한다. 아이들을 보육원에 보내는 건 GDP 증가에 보탬이 되지만, 가정에서 양육하는 건 그렇지 못하다. 나무를 벌목해 펄프를 만들면 GDP가 증가하지만, 그냥 그대로 숲인 채로 놓아두면 건강한 생태계 유지에 아주 유효함에도 GDP는 증가하지 않는다. 석유 유출과 수질 오염으로 사람들이 생수를 사 먹으면 GDP는 증가한다. 전쟁과 암, 유행병 등은 화폐의 교환 형태를 띠기 때문에 대차대조표에서 자산 항목을 차지한다. GDP 수치에 의존하는 정책 담당자들이 돌이킬 수 없는 해를 끼치는 이유다.
특히 개발도상국에서는 GDP 증대 정책을 펼치기 때문에 돈을 적게 쓰고도 자신들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자급자족 경제가 무너지는 것이다. 건전한 자급자족 사회가 글로벌 경제의 '발전' 과정에서 빈곤해지는 것은 이 때문이다. 경제적 건강을 보다 정확하고 완벽하게 측정한다면 현재 진행되고 있는 세계화 과정에 숨어 있는 비용이 얼마인지 드러날 것이다. 그러면 우리는 더 나은 방향으로 전환해 나아갈 수 있다.
결국 기업들의 제국()이거나 금권정치 국가이거나 그들이 갖고 있는 권력은 단지 시민인 우리가 내어준 것이다. 그들은 우리가 합법성을 부여했기 때문에 권력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만약 우리가 합법성을 철회한다면 그들은 권력을 잃게 될 것이다.
-데이비드 코튼(미국 경제학자, 하버드 대학교 교수 역임)

기후 변화에 대한 우려는 금융 시스템의 붕괴와 더불어 결국에는 경고등이 울리기 시작할 것이라는 점을 분명하게 해 줬다. 하지만 각국 정부의 반응은 기본적으로 똑같다. 거대 은행에 대한 구제 금융, 소비 지출을 높이기 위한 일련의 경기 부양책, 탄소 배출권 거래 제도 등이다. 이런 해법들은 문제를 본질적으로 초래한 기존 시스템을 더욱 공고하게 할 뿐이다. 정부는 개인이 행동을 달리 해야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선전한다. 즉 운전을 덜 하고, 보다 효율적인 백열전구를 쓰고, 친환경적인 제품을 소비하는 식으로 말이다. 그리고 거대 기업은 녹색 경제를 실현한다는 미명 하에 수억 달러를 투자하고 있다.

석유 의존적인 세계경제의 성장은 기후 변화라든가 환경위 기는 물론, 스트레스의 증가 및 정서 불안, 사회 붕괴 등에도 책임이 있다.
이를 우리가 직시해야만 비로소 지구를 치료하기 위해 필요한 단계들이 우리 스스로를 치료하는 데 필요한 단계와 동일하다는 사실이 명확해진다. 두 가지 모두 규모의 경제를 줄이기 위해 필요한 것들이다. 달리 말해 세계화를 계속적으로 하지 말고 지역화로 되돌아가자는 것이다.
이러한 단계를 밟을수록 세계화 모델은 지역화 모델로 바뀌는 동력을 얻는다. 경제와 환경은 건강을 되찾을 것이고, 도시화의 불건전한 조류를 막을 수 있으며, 문화적 다양성이 회복될 것이다. 종족 갈등이나 폭력도 줄일 수 있다. 무엇보다 지역화를 향해 나아가는 게 현재의 세계화를 지속하는 것보다 비용이 덜 들고 사회· 환경적 손실도 적다. 발라지 샹카(Balaji Shankar)라는 한 인도 농부의 말이다.
"의미 있는 경제는 단 하나다. 바로 지역의 경제학이다. 이건 어디서나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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