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자유주의 경제학은 고전파 경제학과는 매우 다르지만 그렇다고 해서 애덤 스미스의 경제학에 결함이 없다는 뜻은 아니다. 고전파 경제학의 가장 중요한 결함은 이론으로만 그칠 뿐 실제로는 환경 및 사회적 영향을 내부화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는 사회적 영역에서는 큰 손실이 된다. 스미스가 살던 시대는 더 가난한 농부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공유재'를 말살하는 시기였다. 부유한 지주들이 자신의 토지에 울타리를 침으로써 그런 상황을 연출했다. 고전파 경제학 역시공해와 범죄, 빈부격차의 심화를 초래했다. 가족과 공동체, 자연과의 연대는 해체되었다. 스미스의 경제학 브랜드 역시 효율과 경쟁이라는 인위적인 개념을 확립했으며, 그 자체가 신자유주의 경제학처럼 하나의 유토피아였는데, 그게 실행에서 결함으로 드러났던 것이다. 실로지금까지 산업화된 세계의 모든 경제학 시스템은 환경과 사회적 약자에 대한 착취 때문에 결함이 있다고 말할 수 있다.
모든 경제 시스템은 성장에 초점을 맞추었고, 그 결과 경제력은 점차 소수의 손 안에 집중되었다. 이는 환경을 악화시키면서 자원과 노동, 정치력을 통제하고 대단히 비효율적이고 낭비적인 생산 과정을 이용하는 독점의 창출로 이어졌다. 경제학자들은 이러한 성장 과정을 발전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진짜 '발전'은 안정된 일자리, 적정한 음식과 주거지, 건강한 자연환경과 같은 의미 있는 양식이다. 그들이 사용하는 의도와는 다르다. 하지만 그들이 그렇게 정의한 '발전'조차도 신자유주의 정책의 결과가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왜 어떤 나라는 부자이고 어떤 나라는 가난할까? 경제발전은 꾸준함 때문일까? 아니면 더 좋은 기후? 아니면 더 풍부한 천연자원? 아니면 자유시장 정책? 아니면 더 좋은 교육? 아니면 더 똑똑한시민? 아니면 약삭빠른 지도자? 아니면 민주주의 정부? 산업혁명 이후의 역사적 예를 보면, 어떤 설명도 필요 없는 명백한 패턴을 볼 수 있다. 경제발전의 필요충분조건은 주도적이고 목표 지향적인 정부의 경제 참여, 특히 핵심 산업을 위해 보조금을 지원하고 보호 정책을 펼치는 것이다. 대영제국이 그 예다. 19세기 중반까지 대영제국은 선도적인 산업국가였다. 철강과 섬유산업이 그 핵심이었다. 그런데 어떻게 이 산업들이 그렇게 강해졌을까? 군사적 강력함과 해양 지배권 때문에? 아니다. 식민지 착취와 보호주의를 다른 어떤 나라보다 효율적으로 결합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영국이 인도를 어떻게 다루었는지 보자.
18세기 후반까지 인도는 세계에서 으뜸가는 제조 중심지였다. 유럽만큼 많은 철을 생산했고, 영국보다 훨씬 앞선 제철 기술과 선박 건조 기술을 보유하고 있었다. 게다가 인도는 섬유직물의 주요 수출국이었다. 다만 이렇다 할 군사력이 없었다. 영국의 동인도회사는 1600년부터 인도에서 상당한 경제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었다. 하지만 영국 정부는 어마어마한 기회와 과업을 노리고 1773년 군사적으로 허약한 인도를 식민통치하기 시작했다. 이후 50년 동안 인도는 영국에 의해 효과적으로 탈산업화되었다. 인도의 섬유산업은 영국의 신규 직물공장에 단지 싸구려 원면을 공급하는 업체로 전락했다. 대신 영국이 만든 직물을 가장 많이 들여오는 주요 수입국으로 변모했다. 이것이 식민주의의 고전적 테크닉, 즉 식민지를 값싼 원재료 공급지로 머물게 함으로써 식민 모국은 더 막대한 이윤을 획득하는 수법이다. 인도의 철강과 조선 사업에도 유사한 전략이 뒤이어 적용되었다. 결국 이들 산업은 무너졌고 관련 기술은 아무런 대가 없이 영국으로 이전됐다. 여기에 더해 영국은 자국의 비효율적인 직물 생산을 보호하기 위해 프랑스와 아일랜드, 인도 산() 직물 수입품에 높은 관세를 부과했다. 유치산업 (41E)을 육성하는 동안에는 값싼 해외 경쟁 제품으로부터 자국 산업을 보호하는 게 중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자국 산업이 경쟁을 물리칠 만큼 자생력을 갖추기 전에 무너져버리기 때문이다.
1700년대 이후 150년 동안 영국은 인도에서 한 것과 유사한 보호주의 및 착취 정책을 세계 곳곳에서 자행했다. 이렇게 해서 영국은 19세기 중반 세계 최고의 산업국가로 성장할 수 있었다(모든 영국인이 이러한 성장의 혜택을 본 것은 아니다. 이 기간 동안 빈부격차는 심화되었다. 영국의 발전이 수많은 외국인의 생존 가능성을 말살하는 데만 그치지 않고 자국 내에서도 거대한 빈곤을 낳아 수백만 사람들의 생계가무너져내렸다).
인도와의 무역에서 흑자를 기록하고 외국과의 경쟁에서 이길 정도로 산업이 충분히 성숙한데다 식민지가 영국의 수출시장이 되어가자 영국은 다음 단계, 즉 자유시장 시기로 옮겨갔다. 자국 제품이 무역장벽 없이 자유롭게 흘러들어 갈 수 있게 다른 나라에 수입 관세를 내리고 보호주의 정책을 취소하도록 압력을 가함으로써 위선적인 '평평한 운동장'을 확립한 것이다. 이쯤 되면 또 다른 나라가 생각나지 않는가? 바로 미국이다. 미국이 이와 똑같은 게임을 20세기 후반부터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