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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학

세대간 갈등

핫24시시시 2021. 2. 27.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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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위기에 대한 관심은 우리 시대에만 유일한 것은 아니며, 대부분의 세대는 가족의 안정성과 지속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해왔다. 각 세대는 '전통적 가족(그 당시 가족은 이러한 모습이었을 것이라는 대중적 이미지)의 붕괴를 목격하고 있다고 생각해 왔다. 가족 소멸에 대한 두려움은 지금 우리 시대처럼 사회적으로 동요하던 시기에는 더욱 고조되었다.
흔히 한국인들은 매우 가족 중심적인 삶을 살고 있다고 평가되지만 막상 가족에 대한 관념과 태도는 매우 다양하다. 특히 급격한 경제, 사회, 문화 변동을 반영해 세대에따라 서로 이질적인 가치관들이 표출되고 있다. 서구에서 이삼 세기 동안의 사회변동을 불과 사오십 년에 압축적으로 겪어온 한국인들은 출생 시기에 따라 매우 상이한 경제구조, 사회관계, 문화환경에 노출되어 살아왔다. 물론 이러한 변화에도 불구하고 한국인들의 가족주의는 변함없는 특성으로 자주 지적되지만 사회의 급변상은 가정생활과 가족관계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 없었다.
그 결과 세대에 따라 상이한 가족이념이 발생하고 가족관계와 가정생활을 둘러싸고 세대 간의 갈등과 반목이 빈번히 발생하게 되었다. 세대차이 외에도 학력, 지역, 성별에 따른 가족관의 차이가 급격한 사회변동상과 맞물려 나타나고 있다. 한국인들이 가족중심적인 삶을 추구하면 할수록 가족 내부에 존재하는 세대차에 따른 가족 이념 차이가 가족 성원들의 심리적 부담을 중폭 시키는 결과로 나타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젊은 세대가 매스컴 등을 통해 새로운 서구적 가족관계와 가정생활에 노출되어 이를 지향하는 삶을 살 경우 기존의 가족 이념과 체계적인 관련성을 찾기 어려우며, 따라서 부모세대와 매우 타협하기 어려운 상황에 빠질 수밖에 없다.
한국의 가정 내에는 유교적 가족이념, 도구적 가족 이념, 서정주의적 가족 이념, 개인주의적 가족 이념 등 여러 가족 이념이 공존하고 있다. 문제는 이처럼 다양한 가족 이념들이 급격한 사회변동의 결과 공존하는 것이지 한국 가족들의 높은 민주성이나 개방성을 반영하는 것이 아닐 수도 있다는 데 있다.


사회변화와 더불어 한국 가족에서 나타나는 가족이념은 시대적으로 변화를 가져오긴 했지만 현재로서는 유교적 가족 이념이나 산업화 변동과 더불어 나타나는 도구주의적 가족 이념, 근대적 가치관으로서의 서 정주의 적 가족 이념, 그리고 개인주의적 가족이 넘이 혼재하고 있다. 가족원들의 세대, 연령, 성별의 차이에 따라 다양한 가족 이념에 대한 노출과 수용의 정도가 다르게 나타난다(신용하 • 장경섭, 1996). 예를 들면, 노인세대는 유교적인 전통적 가족주의를, 중년 부모는 도구적 가족주의를, 젊은 자녀 부부는 서정적 · 개인적 가족주의를 스스로에게 편안한 가족 이념으로 여길지 모른다. 이때 가족 내부에서 자유롭고 원만한 의사소통이 부재할 경우, 세대 간의 긴장과 갈등뿐만 아니라 각 가족원 간에 전혀 다른 가족 이념을 상정하여 생활하게 되므로, 만성적인 부조화나 싸움을 야기할 수 있다.
가족 구성원들 사이에서 무관심과 갈등이 축적되기도 하는데, 단절과 갈등의 대표적인 보기가 세대 간 갈등이다. 세대 간 갈등은 고부갈등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노인문제, 청소년 문제 등 가족과 사회에 관련된 문제 전반에 걸쳐 폭넓게 깔려 있다. 노인문제나 청소년 문제, 부모 자녀관계 문제 등은 흔히 별개의 문제로 다루어 왔지만, 문제의 발생 배경에 초점을 맞추어 보면 동일한 문제의 다른 표현에 불과하다. 공부방 때문에 투덜거리는 손자에게 자신의 방을 주기 위하여 자살해야만 했던 할머니의 한, 유산을 미리 갖기 위하여 부모를 살해하고도 태연했던 아들, 자녀를 단 한 번도 칭찬해 본 적이 없었던 부모, 점점 증가하는 미혼부모와 유기되는 아이들, 청소년과 성인들의 갖가지 성범죄. 가정폭력, 약 50%에 육박하는 이혼율 등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이것은 지난 세기 동안 누적되어 온 갈등이 현재에 표출된 것이다.


가정은 자녀의 사회화 기능을 수행한다. 인간의 사회적 행위유형은 인성에 의하여 결정되며, 그 인성은 타고난 것이 아니라 가족 속에서 사회화 과정을 통하여 형성된다(Parsons & Bales, 1955). 물론 사회 전반의 부정적 현상이 개별 가족들에게 미치는 영향력을 배제할 수 없긴 하지만, 가정에서의 세대 간 전달이 기능적이지 못하면 사회적 행위 유형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되어 나아가서 사회통합을 저해하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오늘날 세대 간 갈등의 많은 부분이 바로 이러한 근원에서 직접·간접적으로 파생되었다.
젊은이와 노인, 부모와 자녀 사이의 세대간 분리성 또는 단절성은 이미 한국 사회의 세대별 갈등이 구조화된 결과로 나타난 현상임을 놓쳐서는 안 된다. 그리고 단절은 단절 자체로 끝나지 않는다. 외적인 조건이 어려워지면 언제든 갈등이라는 형태로 표출되기 쉽다.
따라서 급격한 변화과정에서 세대간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가족가치관에 대한 상호 이해와 수용이 필요하다. 세대 간 갈등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구체적이고 실용적인 대안들이 미시적· 거시적 차원에서 논의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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